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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
결혼 6년차 어린이집에 다니는 두 아이를 둔 아줌마랍니다.
옛날에는 연애를 할 때 남편에게 하트빼빼로도 만들어주곤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 어린이집에 보낼 빼빼로를 챙겨주기 바쁘네요. 선생님 것과 아이들 것을 사서 2만원 정도 지출을 했네요.
사실 남편에게 챙겨주는 것이 무디어지네요.
내년 빼빼로데이에는 남편을 챙겨주어야겠어요.
11월 10일 저녁.
아이 선생님 두 분과 원장선샘님께 드릴 팔각형 빼빼로를 샀어요. 제 입맛에 맞는 아몬드빼빼로로 선택을 했답니다. 아침 8시 10분쯤에 어린이집에 가는 아이들과 다양한 활동을 해 주시는 원장선생님이시랍니다.
딸아이 반 친구들은 빼빼로 큰 것을 하나씩 나누어 먹으면 될 것 같아서 20개 들이 6600원짜리 빼빼로를 샀어요. 19명의 원아들이 하나씩 먹으면 될 듯 해서요.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다녀온 딸아이의 종이가방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어요. 1000원짜리 빼빼로가 6개나 개별로 포장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더구나 직접 만들어서 넣은 빼빼로도 있었어요.
6명이나 개별로 모두에게 빼빼로를 한 통씩 주었네요. 그것을 보면서 남편에게 내년에는 우리도 한 통씩 넣어주어야겠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어린이집 친구들끼리 이렇게 챙기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내년에는 빼빼로로 4만원 정도 사야겠네요. 가격이 높아지니 조금 부담은 되겠어요.
다섯 살 딸아이의 빼빼로데이는 맛있게 먹는 것으로 끝이 났어요. 빼빼로 부자가 된 딸아이는 너무 행복해했어요.
결혼 6년차 부부의 빼빼로데이는 한바탕 소란이었어요. 11월 10일 저녁 아이들의 빼빼로를 사면서 "오빠, 난 빼빼로 없어?"라고 은근히 물어보았어요. 남편은 못 들은 척 넘어가더라고요.
11월 11일 아침 컴퓨터방에서 남편이 한밤중에 마신 맥주캔이 보이는 것이 아니예요. 한밤중에 게임을 하면서 맥주 한 캔을 했군요. 추위를 뚫고 편의점에 맥주를 사러 갔다 왔군요.
"오빠, 나 빼빼로는 없어. 한밤 중에 맥주 사러 갈 때 빼빼로나 하나 사 오지."
폭풍 잔소리를 했어요. 빼빼로만 한 개 사왔으면 한밤중에 맥주를 마신 것도 이해를 했을텐데... 울남편 맥주 살 힘은 있고 그 옆에 있는 빼로로를 들고 올 힘은 없나 봐요.
"출근할 때 차를 봐라."
라는 남편의 한 마디. 어제 저녁에 사서 차에 넣어놓았나? 어휴. 밥을 먹으면서 잔소리를 한 것이 미안해졌어요. 좋은 컴퓨터를 사주어야겠어요.
남편이 먼저 출근을 했어요. 아침밥 먹은 것을 치우기 위해 음식쓰레기를 봉투에 담으려고 세탁실로 갔어요.
빌라 창문 밖에 10분 전에 출근을 한 남편이 제 차에 빼빼로를 넣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에고고. 어떻게 된 이 아줌마의 레이더에는 그런 모습까지 잡히는 것인지. 그냥 몰랐으면 미안해하면서 감동을 했을텐데.
남편은 마누라 부처님 손바닥 안에 들어있네요.
결혼 6년차 아저씨가 빼빼로데이를 사는 방법이네요. 참 쉽지 않지요.
회사에 가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남자직원들이 남편이 고생이 많다고 하네요.
아이도 열심히 키우고 회사도 부지런히 다니는 마누라를 위해서 천 원짜리 빼빼로 하나는 챙겨줄 수도 있지 않나요?
잔소리 후에 남편에게 받은 빼빼로이지만 너무 소중하게 혼자 회사에서 먹었답니다. 저는 아직도 연애할 때처럼 설레였으면 하는 결혼6년차 아줌마랍니다.
내년 결혼 7년차에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오늘도 알콩달콩 지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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